새해에 거는 다짐

김종민 한국국제대 교수

2020-01-15     경남일보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야만 했던 학창시절, 대한민국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을 힘든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그 무엇인가 대단한 포부를 갖고 성공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겁 없이 살아온 시절이었다.

가정에선 부보님에게 배운대로,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교육받은대로,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매사에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결기를 다졌던 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주변에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이 일어났다. 뻔히 보이는 것을 보려하지 않고, 혹은 있는 것도 없다고 우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해할 수 없던 나는 그런 일들에 대해 내 방식대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을 이해시키고야 말겠다고 강하게 다짐했다. 어떤 문제나 갈등이 생겼을 때 기필코 상대방을 이해시켜야겠다고만 일방적으로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방을 제압해야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해가 안 된다면 굴복하라고까지 강요했던 것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욕심을 넘어 과욕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때부터인가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 그 강박관념 같은 치열함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다. 대신에 같이 보고 느끼면서 함께 공감하고자 애쓰는 시간을 보내려한다.

“왜 그래? 이렇게 해야하는 것 아냐” 라고 다그치기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려한다. 그러면서 삶에 지친 청춘의 어깨들을 토닥거려주면서 대화하고 소통하려 애쓴다.

그렇게 손을 내밀면 동료와 후배 학생들의 손이 다가온다. “그땐 미안했어. 앞으로 잘해보자”, “아니야, 그럴 수 있지 내가 더 미안해”서로의 한마디에 닫혔던 마음이 열린다. 얼었던 마음도 봄눈 녹듯이 녹아내린다.

‘별것 아닌 것’에 목숨을 걸고 영원히 못볼사람처럼 행동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한낱 바람처럼 구름처럼 지난 일이 되고 말 것에 희생되지 않으련다. 양심이 어둠 속을 헤매지 않도록 하련다.

일생을 농아와 맹인을 돕고, 사회주의 지식인으로서 인권운동과 노동운동에도 기여한 헬렌켈러는 “언제나 태양을 바라보라! 그러면 그늘을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해바라기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2020경자년 새해가 떠올랐다.

우리도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밝게 살기를 다짐해본다. 희망과 행복의 그늘 밑에서 오늘이라는 이 시간을 사는데 부끄러움이 없어야한다. 올해는 서로 이해하고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