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김해 단감 시배지 논쟁보다 ‘상생’해야

2020-01-21     박준언
단감 ‘시배지’를 두고 김해시와 창원시가 원조라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은 지 여러 해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전 국민이 즐겨먹는 과일로 자리 잡은 단감을 ‘최초’로 재배한 지역이라는 타이틀은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매력이다. 단감은 1890년대 일본에서 부유라는 품종이 처음으로 발견된 뒤 일본 전역으로 보급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경남 지방으로 건너와 재배되기 시작했다. 창원시는 첫 재배지가 북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창원단감테마공원 홈페이지에는 ‘의창구 북면 마산리 연동마을 하희종씨댁 과수원에는 100년이 넘은 단감나무가 아직도 열매를 맺고 있는데 1955년생인 이분의 할아버지 때부터 재배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1910년대 후반부터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증명할 공식적인 문헌은 알려진 바 없다. 동아일보가 2014년 발행한 ‘대한민구 우수 농특산품 및 지역축제’에는 창원은 1940년대부터 단감을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와 상관없이 창원은 우리나라 최대 단감 생산지다. 북면과 동읍에는 2600농가에서 2000ha를 재배하고 있다.

김해시는 진영이 우리나라 단감 시배지라는 구체적 근거를 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발행한 ‘지역별농어촌 자원현황’과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이 발행한 ‘경남농업기술 100년사’, ‘진영읍지’ 등에는 진영이 단감 시배지라고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1927년 4월 1일 한국여성과 결혼한 당시 진영역장 요코자와가 일본 식물학자 요시다, 사토오, 히가미 등 3명의 지도를 받아 진영읍 신용리에 단감묘목 100주를 심어 재배를 시작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중 60여 그루가 남아 매년 단감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감이 바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진영단감’이다. 여러 정황상 김해가 단감 시배지라는 것은 부동의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시배지를 두고 소모적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감농가의 수익을 높이는 일이다. 김해와 창원 단감 농가에서 매년 약 6만여 톤의 단감을 수확하고 있다. 그러나 판로가 부족해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김해시는 최근 베트남으로 6.5톤의 단감을 첫 수출하는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물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또 2016년부터 단감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나서 잼, 조청, 퓨레 등을 완성했지만 판로 확보가 쉽지 않다.

지금 창원시와 김해시가 해야할 일은 시배지를 두고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단감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일이다. 창원 동읍과 김해 진영은 같은 지역이다. 한 마당에 행정 편의상 선을 그 놓은 것이다. 해묵은 논쟁을 털고 상생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