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

2020-01-27     경남일보
나흘간의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이 시작됐다. 올 설에도 어김없이 민족대이동이 있었다. 3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이동했다고 한다. 좀처럼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친지,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었다. 하지만 올해 설 역시 즐거운 날이 되지 못했다. 설 연휴를 마치고 돌아가는 귀경길의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설을 맞았던 서민 표정이 밝지 않았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설 연휴를 내내 짓눌렸다. 하루하루를 넘기는 것이 버거운 삶에 대한 절박함과 한숨과 탄식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그 어느 해 보다 더 컸던 설 이었다. 너무 고단한 삶 탓인지 설이 결코 즐거울 수 가 없었던 것이다. 불안, 한숨, 탄식, 분노, 절박함이 설 민심이었다.

▶그런데 ‘설 민심’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민생예산과 정책 발목잡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게 민심”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민심이 문재인 정권을 떠나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설”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거대 기득권 양당이 정치싸움만하는 구태정치만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하나같이 아전인수격이다. 잘된 것은 자기 탓이요,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이다. 국민의 삶이 힘들어진 것도 상대쪽에서 잘못했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남 탓을 넘어 민심을 왜곡까지 한다. 이번 설에는 국민들이 오히려 자기들을 격려하고 응원까지 했다고 한다. 잘하고 있다는 민심도 많았다고도 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정영효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