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비공개

2020-02-09     김순철
법무부가 ‘하명수사·선거개입’ 혐의로 기소된 청와대·경찰 관계자들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법무부는 피의사실공표뿐만 아니라 공소장에 적시된 기소되지 않은 다른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무죄추정의 원칙 등이 비공개 이유라고 밝혔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제126조)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 적용된다. 따라서 공소제기 후에는 피의사실 공표가 허용되고, 공소장의 공표도 가능하다.

▶피의사실공표죄는 있어도 피고사건공표죄는 없기 때문에 법무부의 비공개 이유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물론 확정판결 때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공소장 공개는 공적인물이나 공공의 이익,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공소장 공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일환으로 공개가 원칙이 돼왔다. 그런데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잘못된 관행이라며 공소장 비공개카드를 꺼냈다. 살아있는 권력 눈치 보기가 아니었으면 한다. 청와대 전직 주요 공직자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 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공소장 공개가 마땅하다.
 
김순철 창원총국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