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생충과 위대한 개츠비”

차시호 (거창교육지원청 장학사)

2020-02-11     경남일보
“아빠,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에 이어 오늘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을 했는데 그 이유가 뭐지?”

“경남아, 음 내 생각에는 일단 한국적이면서도 대부분의 국가가 공통으로 앓고 있는 부의 양극화를 코미디로 잘 표현했기 때문이지.”

“그럼 기생충 영화에 대한 아빠의 소감은 어떤 거야?”

“응 나는 영화에서 냄새가 계층 간의 차별로 상징되는 점이 대단히 독특했고 이것이 압권이었다고 생각해. 가난한 이에게는 익숙한 냄새지만 부자들에게는 역겨운 것으로 영화 속에서 기태(송강호)가 동익(이선균)을 차로 모시는 동안 동익이 창문을 조금 내리는 장면이 있고, 마지막에도 냄새와 관련하여 살인이 일어나는 것 같았어.”

“난 계획이라는 단어가 계속 마음에 걸리던걸.”

“아빠인 기택이 계획이 필요 없다고 말할 때 놀랍기도 했고 꽤 공감되기도 했어.”

“아빠, 난 우리 영화가 외국 특히 미국에 가서 이렇게 히트를 칠지 몰랐어. 그 이유가 있나?”

“응 남일아, 참 좋은 질문이야.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모르고 있을 거야. 물론 나도 몰라. 하지만 몇 가지로 추론을 할 수는 있어. 영화를 해석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니까. 아빠 개인의 경험이지만, 먼저 위대한 개츠비라는 영화가 오버랩 되었어. 개츠비에서는 부자들이 강 건너 매일 파티를 하곤 했는데 기생충에서는 빈부를 수직적으로 대칭시켜 수평적 구조보다 한층 더 세련된 느낌이었어. 위대한 개츠비는 자본주의 초기 물질문명과 정신세계간의 차이를 주제로 한 고전이었는데, 기생충은 빈부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간의 갈등까지 확장하여 잘 그려내고 있어.”

“이젠 미국사람들이 기생충을 좋아한 이유를 대충 알 것 같네.”

“그래 아빠의 의도를 잘 파악하네. 그래서 나는 사실 미국에서 더 대박이 날 것을 예상했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알아두어야 할 게 두 영화는 상징이 너무 많다는 공통점이 있어. 냄새, 건물구조 같은. 이런 배경 탓에 미국인들이 더 열광했던 것 같애.”

“아무튼 아빠 덕분에 기생충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
 
차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