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21-2]

잠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2020-02-12     경남일보
앞서 알려드린 잠과 아랑곳한 토박이말(1)을 보신 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말이 가장 기억 남으셨는지 또 새로 알게 된 말을 가지고 둘레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셨을까 하는 것들까지 말입니다. 이런 궁금함을 뒤로 하고 잠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지난 글에서 알려드린 꽃잠과 비슷한말에 ‘귀잠’이 있습니다. ‘아주 깊이 든 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잠을 ‘귀잠’이라고 했을까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어떤 사람은 그렇게 깊이 든 잠은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귀한 잠이라서 ‘귀잠’이라고 한다고 풀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제가 말밑 이야기를 할 때면 드리는 말씀인데 이런 풀이가 틀림없이 맞는 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 볼 때 이래서 생긴 말이 아닐까 하는 것이니까 재미삼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흔히 잠을 자면서도 무슨 소리가 나면 잘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자는 것 같아도 귀는 안자고 다 듣고 있다”는 말을 하곤 하지요? 그런데 아주 깊이 잠이 들면 귀까지 잠이 들어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기 때문에 ‘귀잠’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귀도 자는 잠’, ‘귀잠’이 되는 것이지요.

꽃잠, 귀잠과 같이 아주 깊이 잠을 자고 나면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 그럴 때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단잠’과 ‘꿀잠’입니다. 말집 사전에는 ‘단잠’은 ‘아주 달게 곤이 자는 잠’이라고 풀이를 했고, ‘꿀잠’도 ‘아주 달게 자는 잠’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두 말이 비슷한말이라는 풀이는 없습니다. ‘숙면’과 ‘감면’이라는 한자말은 나오는데 토박이말이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좀 더 안타깝습니다. ‘숙면’을 찾으면 비슷한말에 ‘단잠’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말집 사전을 좀 더 알차게 손을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그러한데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힘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때알이 시계를 맞춰 놓고 자긴 하는데 “10분만 더” 또는 “5분만 더” 하게 되는 것이지요. 자긴 했지만 잠을 잔 것 같지도 않고 더 자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춥다는 핑계로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더 싫지요. 이처럼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잘 만큼 잤는데 잔 사람은 모자란 듯한 그런, ‘잠을 잔 뒤에 더 자고 싶은 잠’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덧잠’입니다. “아 오늘도 덧잠을 자는 바람에 늦어서 아침도 못 먹고 나왔어”처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은 많은 분들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알아본 ‘귀잠’과 맞서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선잠’입니다. 이 말은 ‘깊이 잠이 들지 못하거나 마뜩하게 이루지 못한 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걱정거리가 있거나 몸이 아플 때면 이런 잠을 자곤 합니다. 비슷한말로 ‘풋잠’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잠든 지 얼마 안 되어 깊이 들지 못한 잠’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풋잠을 자다가 무슨 소리가 들리면 잠을 깨곤 하니까 쓸 일이 많을 것입니다. 깊이 들지 않은 잠을 가리키는 말에 ‘겉잠’, ‘수잠’, ‘여윈잠’이라는 말도 알고 쓰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삶의 1/3이 잠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잠과 아랑곳한 말들이 참 많습니다. 두 글에 걸쳐서 알려드렸지만 다 알려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알게 된 토박이말을 알맞은 곳에 잘 살려 쓰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