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감정과 갈등은 수면위의 물결처럼

이석기 (수필가)

2020-02-16     경남일보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일에 요령이 늘어남과 동시에 삶의 지혜도 쌓인다. 그러나 지혜에는 정해진 범위가 있으므로 말이나 행동에 조심을 한다 해도 많은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자기가 한 말이나 행동에 책임 질 수 있어야 하고, 옳고 그름에 따라 고칠 건 고쳐나가야겠지만, 그러나 살다보면 올바르지 못한 일이나 그 어떤 행동 또한 없었음에도 마음이 괴로울 때가 있다.

삶이란 서로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뜻하고, 사람과의 연관이 바로 잡음의 근원이 된다. 서로 관계를 맺고 만남의 연속에 감정이라는 것이 작용함으로써 잡음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작부터 의견이 맞지 않아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가기도 하지만,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잘 풀린다 해도 그 후유증이 오래가는 건 주로 감정 때문이다.

누구든 감정을 표현하는 양상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의 관계를 냉정히 바라보면,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 흥분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물론 자신도 그 어떤 감정에 휘말리게 되면 별수 없이 아름답지 못한 인간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결국 감정의 갈등을 풀지 못하면 그 감정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 좋은 삶을 살아간다고는 볼 수 없다.

좋은 삶을 살자면 기본적인 규칙이 있어야 하는데, 오직 자기 의견만을 굳게 내세워 우기다 보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맞서게 된다. 맞서게 되면 자연히 감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감정의 갈등 속으로 빠져들면 자기 자신을 가누지 못하고 결국 험한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갈등 때문에 결국 슬기롭지 못한 파문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바람이 일고 물결이 치는 가운데 삶이 존재하듯 감정을 풀려면 우리네 삶도 수면위에 이는 잔물결처럼 일렁이어야 한다. 서로 엉키고 마주 대하고 불화도 일으키며 삶의 어려움이나 고통과 싸우는 그러한 세상이 좋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감정이 있기에 인간이고,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기 때문에 인생은 다채롭고 풍요롭고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이석기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