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손(이재무 시인)

2020-02-16     경남일보
새삼 두 손을 번갈아 바라본다

참 죄가 많은 손이다

여자 손처럼 앙증맞은 이 손으로 나는

얼마나 큰 죄를 저질러 왔던가

불의한 손과 악수를 나누고 치솟는 분노로

병을 깨고 멱살을 잡고, 음흉하게 돈을 세고

거래를 위해 술잔을 잡고

쾌락을 위해 성기를 잡고, 잡아왔던가

왼손이 한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오른손이

물끄러미 내 얼굴을 바라다본다

펼친 손에는 내가 걸어온 크고 작은 길들이

지울 수 없는 금으로 새겨져 있다

손을 잘라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손 없이 밥을 먹고 손 없이 책을 읽고

손 없이 사람을 만나 뜨겁게 포옹하며

사는 날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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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손으로 저지른 일들과 담았든 일들을 문득 되돌아본다, 손바닥의 잔금처럼 무수히 행했든 기록들이 죄목으로 얽혀있다, 거머쥐고 싶었든 야망과 놓치고 싶지 않은 욕망, 정의를 말하며 불의를 쓰다듬던 이율배반, 겸손으로 가리던 기회주의의 영악이 타래처럼 갈라진 내 삶의 안쪽들과 그럴만한 핑계로 가렸던 손바닥 속에 손금으로 엉켜 있다, 우린 언제 이 손들을 잘라내고 성긴 마음으로 살아갈 날을 기대할 것인가, 오므렸다 펼쳤다 반복하는 손 원죄의 이 손목.(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