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축산업의 위기 이대로 둘 것인가

진삼성 (사천축산농협 조합장)

2020-02-18     경남일보
희망찬 경자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코르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나라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쳐 경기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축산업에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축산업 환경은 다른 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아직 종식되지 않은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무허가 축사 적법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퇴비부속도 검사 의무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축산 농가들은 2018년부터 무허가 축사 적법화 과정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부터 규모가 큰 농가는 억 단위로 비용을 투입했다. 투입된 비용은 고스란히 농가부채로 남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3월25일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 된다. 퇴비의 부숙도 기준을 위반할 경우 최대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가 된다. 시행되는 퇴비 부속도 검사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퇴비사 확보와, 부속장비 구입이 불가피하다. 축산업을 지속하려면 또다시 빚을 내어 시설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투자비 외에도 주변 민원과 건폐율, 가축사육거리제한 등의 문제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농가들도 상당하다.

최근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완료했거나 아직 이행중인 농가에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는 농가들에게 이중고의 부담을 주고 있다. 한 제도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제도를 이행하려고 하니 농가들이 겪는 비용적인 부담과 심리적인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축산업 발전은 축산악취와 분뇨 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농가뿐만 아니라 행정기관 역시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현장을 무시한 채 탁상행정식으로 시행한다면 축산 농가들을 범법자로 내모는 것이다.

정부가 표명하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적용시기를 일정기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 유예 기간 동안 농가 홍보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제도개선과 자금지원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수립 한 후 시행함이 마땅하다. 축산 농가는 철저한 준비로 가축분뇨의 효율적인 관리와 자원화를 통해 친환경 축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갈 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