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행복

2020-02-27     경남일보

 

이질적인 그대와 나 한 몸이 되기까지

한숨다발 아릿한 날 마름질이 가볍다

나는 그대에게 기대고 그대는 나로 인해 꽃피우고

-허숙영(수필가)



이미 우리가 겪어본 감정을 바탕으로 느끼게 되는 ‘행복’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평안한 상태에서 얻게 되는 삶의 만족도’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에 대한 적절한 정의는 ‘주관적인 안녕감’이 아닐까.

영상의 전체 이미지에서 가을을 물들일 소국(小菊) 분재임을 가늠할 수 있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행복은 무엇이며, 나아가 우리는 왜 작가의 행복론에 깊은 공감을 던지게 되는 걸까. 각자였던 우리가 서로 치수를 재듯 맞추어 꽃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침핀이 필요했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자연의 오묘한 정서와 운치가 느껴지기까지 남몰래 뱉어낸 한숨의 무게를 잘 알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3행의 아름다운 진술로 꽃피울 수 있는 것이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