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의 기적

변옥윤 (논설위원)

2020-03-03     경남일보
어릴 적 남강의 아침은 아낙들의 빨랫방망이 소리로 시작됐다. 남강다리 양쪽에는 빨래를 삶아 주는 시설이 있어 남강의 정취를 더했다. 하얀 금모래와 다리위에서도 강바닥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물속, 노니는 물고기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길게 뻗은 백사장과 푸른 대나무 숲은 누구든 남강의 정취에 빠져들게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황어 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여름이면 은어가 회유했다. 물가 모래섬에는 재첩이 자리 잡고 언제나 물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남강이었다. 유행가의 가사처럼 촉석루에 달빛이 어리면 반짝이는 강물의 물비늘에 어린 또 다른 달이 환상적이었던 강이 남강이다. 겨울이면 언제나 얼어붙은 얼음을 켜 한여름 빙수로 사용할 만큼 물은 깨끗했다.

▶그런 강의 정취에 빠져 강호의 시인묵객들이 진주를 찾았고 그로인해 규방문화가 발전한 곳이 진주이다. 촉석루는 전시에는 지휘소로 평상시에는 날마다 시연이 열리는 곳으로 남강과 함께 진주의 랜드마크가 된지 오래이다. 문화예술의 도시도 남강의 정취에서 비롯됐다.

▶남강을 빼놓고는 진주를 말할 수 없다. 남강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연유일 것이다. 지금 남강은 하나의 물줄기에 지나지 않을 만큼 죽어있고 그 가치가 묻혀 있다. 이제는 남강을 살리고 그로인한 인프라를 추구할 때이다. 일컬어 남강의 기적을 이뤄내야 한다.
 
변옥윤·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