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나무

2020-03-05     경남일보

 

나도 나무가 되고 싶다

베여도 소리 지르지 않는

향기로만 자신의 부고를 알리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신정순·미국 노스이스턴 일리노이주립대학 한국학강사



50년 동안 잘 키운 나무 한 그루의 효용을 환산한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3400만 원에 해당하는 산소와 3900만 원 가량의 물을 생산해 내고 있으며 6700만 원에 달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한다고 하니, 그 가치가 1억 4000만 원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나무가 바닥을 중심으로 밑동이 잘려 나가는 찰나다. 어떻게 하면 품격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여기서 작가는 누구나 어김없이 맞이할 죽음에 대하여 굳이 이기려 하지 않고 생의 마지막을 어루만지는 자세를 보인다. 아낌없이 나누어주어 아름다운 향기로 기억될 수 있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는 고백 앞에서 내 삶의 주변과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게 하는 것이다. 현재 시카고에서 디카시연구회 공동회장으로 디카시를 전하고 있는 시인의 사방이 언제까지나 환하기를, 향기롭기를 바란다./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