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당신의 눈물

2020-03-08     경남일보
당신의 눈물

/김혜순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물끄러미



꾸러미

당신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것인

물 한 꾸러미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잠들면 내 가슴을 헤적이던

물의 나라

그곳으로 잠겨서 가고 싶어

당신 시선의 줄에 매달려 가는

조그만 어항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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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앙상했던 나무에 봄물이 오른다. 꽃눈을 틔우고 봄을 맞는 많은 것에 윤기가 난다. 사랑하기에 충분한 계절이다. 당신이 스쳐보는 순간 당신의 시선에서 영원을 꿈꾼다. 물 꾸러미 가득한 물의 나라에 잠겨서 당신에게로 가고 싶은 나는 아득한 침잠에 든다. 당신 시선이 하나의 희망을 의미한다면 금방 깨어질지라도 작은 어항이 되겠다. 투명하고 맑은 눈빛에 담겨 스스럼없이 당신에게 가겠다. 그리하여 사랑이 아닌 이별로 읽혀도 지금은 사랑이라고, 사랑이어서 당신의 소소한 걸음에도 눈물이 난다고, 그냥 믿어버리겠다. 그리고 사랑이 많은 사람은 몸에 물이 많다는 걸. 당신 것이어도 내 것이어도 좋을 환희의 눈물, 그 속에 잠겨서 당신에게로 혹은 나에게로. 서로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그런 사랑이고 싶어, 라고 읽는다. 사랑이 많은 사람은 몸에 물의 나라를 가지고 있어 그 까마득한 나라에 당도하려면 진실로 사랑만 하면 될 일이라 말하는 나는 어떤 것도 개입되지 않은 사랑 앞에 작은 물고기여도 좋을 일이다 말해버리고 지금은 봄이다, 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