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일가족 참변

“전날 밤 부부싸움으로 소란”…아내·아들 숨지고 딸 중태 범행 직후 고향으로 도주…경찰, 300여명 동원 추적중

2020-03-12     백지영
진주에서 50대 남성이 별거 중인 아내와 아들 등 가족 2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검거에 나섰다.

12일 진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께 진주시 상평동 한 주택가에서 A(56)씨가 아내 B(51)씨와 중학생 아들(14), 고등학생 딸(16)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내와 아들이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가 흉기로 찌른 후 도망갔다는 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딸은 크게 다쳐 인근 경상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분석, GPS(위치정보시스템) 추적 등을 통해 A씨가 고향인 함양으로 도주한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다. A씨는 별거 후 고향인 함양읍 한 마을 자택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몸을 숨긴 함양 자택 인근 야산에 형사팀과 경찰특공대 등 300여 명의 인원과 헬기, 드론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자택 인근 주민들은 A씨가 별거 중인 B씨와 자녀들이 머무는 상평동 집을 1달에 한두 번꼴로 찾아왔다고 증언했다.

인근 주민 이 모(65·여) 씨는 “B씨가 저녁에 식당 일을 하며 홀로 아이 둘을 키우느라 참 열심히 살았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와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은 “B씨 가족이 A씨의 출입을 막으려고 현관 비밀번호를 자주 바꿨다. 하지만 A씨가 문을 계속 두드리고 소란을 피우니 민폐가 되기 싫은지 집에 들여보내 주곤 했다”며 “B씨가 ‘남편이 집에 안 왔으면 좋겠다. 우리 세 식구만 오붓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사건 발생 전날 오후 9시께 이혼을 둘러싼 이견으로 고함이 오갔다”며 “말리기 위해 찾아가 볼까 했지만 곧 조용해지길래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 모(56) 씨는 “딸이라도 무사히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A씨의 고향 마을 주민들은 “평소 과묵하지만 착한 사람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고 실수도 하지 않았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A씨와 관련해 진주경찰서에 접수된 가정폭력이나 정신질환 관련 신고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주변 이웃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백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