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피뢰침

2020-03-15     경남일보
피뢰침

/함기석 시인



번개여,

컴컴한 공중의 숲에 푸른 늑대처럼 숨어서

눈을 도사리는 번개여,

오라!

내 기꺼이

심장으로 너를 받으리니

입으로 눈으로 온몸으로 너를 삼키리니

번개여,

굶주린 검은 털투성이 번개여,

어서 오라!

폭풍우 치는 오늘밤

천상의 숲에서 이 불타는 지옥 도시로

달려와

내게 보여 다오

네 야만의 흰 이빨과 발톱을

광기의 눈동자에 괸 차디찬 어둠과 우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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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의 암흑에서 번쩍대는 벼락과 우레는 공포의 대상이다, 창문이 흔들리고 귀성 같은 바람소리마저 파고들 때에 심약해지는 것은 원시부터 유전되어 온 본성이다. 온유에 길들여져 있는 일상이 재앙에 마구 박살나는 염려는 당연한 인간적인 한계다

시인은 자연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인 번개를 감당하는 피뢰침을 발견하고 사유를 달았다. 광란을 받아들이고 휘몰아치며 그 와 뒹굴고 싶다, 시퍼런 광기의 한 바탕 소란으로 부대끼고 싶다, 그것이 사랑이든, 또 어떤 엄청난 것이든.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