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네오 사피엔스

변옥윤 (논설위원)

2020-03-16     경남일보
사전적 의미로 보면 필자는 꼰대에 해당한다. 나이를 먹을대로 먹었고 때론 권위적이기도 하다. 울컥 ‘내가 누군데’ 할 때도 있고 ‘젊은 것들이 뭘 알아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네오 사피엔스’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역시 꼰대는 꼰대다.

▶주변에 버금가는 꼰대 한분이 있다. 해맞이 공원에 사유지 수 백 평을 내놓을 정도로 향토사랑이 지극하다. ‘왜 멀쩡한, 그것도 국가가 주체인 국립대학을 합치려 하느냐’며 목청을 돋우는 사람이다. 진주의 살 길은 미국의 보스턴이나 영국의 케임브리지처럼 대학, 교육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좀처럼 주장을 굽히지 않으니 영락없는 꼰대이기는 필자와 마찬가지이다.

▶꼰대라고 무조건 예스럽다고 치부할 일은 아니다. 그 분은 산이 울창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야를 가려 조망권을 해치는 지장목, 가림목도 베어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남강변과 진주성 주변에 이런 나무가 많다고 한다. 지리산에 대한 조망권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런 분이야말로 꼰대이면서도 네오 사피엔스이다. 그야말로 지역을 사랑하는 멘토라 할만하다. 경상대학교와 과기대학교의 통합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여보자는 그의 의견이 전혀 공허하지만은 않다. 그의 생각에 지역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꼰대이면서도 모두를 어우르는 네오 사피엔스가 많을수록 건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변옥윤·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