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인사

한중기 (논설위원)

2020-03-18     한중기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언어가 있다. 한국어와 한국수어다.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언어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동등’은 한국어와 같은 언어적 지위를 의미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정보를 제공 시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수어 등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정부브리핑이나 방송뉴스의 수어통역이 제대로 안 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급기야 지난 2월 3일 ‘장애벽허물기’라는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철폐를 진정한 끝에 지금은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방송 매체와 전문 수어통역사의 미스 매치는 여전한 과제다.

▶현재 수어통역사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은 경남 91명을 포함해서 전국적으로 1822명이다. 그러나 실제 활동하는 수어통역사는 여러 사정으로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어통역사들은 주로 시군별 수화통역센터에 소속되어 있거나 자원봉사 형식으로 수어보급 활동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세인 요즘 악수 대신 간단한 수어인사는 어떨까. 수어인사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두 주먹을 가볍게 쥐고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가슴 부근에서 아래로 내리면 된다. ‘안녕하세요?’라는 의미다. ‘잘 지내셨어요?’는 먼저 오른손을 펴서 주먹을 쥔 왼팔 아래를 쓸어내린 다음 두 주먹을 쥐고 아래로 내린다. ‘잘’과 ‘계시다(있다)’가 결합된 단어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