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층간소음, 건축의 단계별 책임 엄격히 물어야

2020-03-19     경남일보
국민 100명 중 75명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시대다. 아파트 불편사항 1위는 늘 ‘층간소음’ 몫이다. 이로 인한 주민간 폭행, 시비는 사회적 문제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매년 2만 건이 넘는다. 감사원이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용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조사 대상 아파트 10가구 중 6가구는 층간소음 최하등급(경량 충격음 58㏈, 중량 충격음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폭력은 다반사고, 살인사건까지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폐해가 이처럼 큰데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공공기관은 눈을 감고, 건설업체는 값싼 바닥재를 시공하고, 전문측정업체는 성적서를 조작해 왔다니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층간소음은 주거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층간소음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국토부는 기존 제도 개정을 통해 바닥충격음 성능확인제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국내 유일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층간소음 시험평가와 저감기술 개발에 나섰다. 각종 시험인증을 수행하는 KTL은 소음진동분야에서도 전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인정기구로부터 공인시험 자격을 획득, 층간소음 시험평가로 국민 주거 만족도 높인다니 반가운 일이다.

아파트 준공 전 소음 측정의 중요성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건설업체는 소음 성능을 통과한 바닥구조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시공 문제 등으로 준공 후 실제 소음 성능이 기준에 못 미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부실한 제도운영이 가능한 데에는 분명 엉터리 시공을 한 건설업자와 이를 감리한 감리업자, 준공승인 지자체, 제도 운용 전반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의 책임의식 부재와 묵인, 부조리한 관행 등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층간소음에 대해 당국은 건축의 단계별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