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달북

2020-03-22     경남일보
달북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결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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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만개한 침묵이 유정한 말씀이다. 내용도 없는 것이 고금의 베스트셀러다. 모순형용의 문을 여니 빛나는 대답이 만월이다. 그 자체로 제 몫을 다하는 달은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어머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할 때 본질을 잃어버리는 달. 그리하여도 깊은 밤까지 대문을 열어놓은 어머니와 북소리 번지듯 변두리까지 젖어드는 달은 붉은 눈시울이라는 내용을 가졌다. 암흑이 타개져 괴로운 지경이어도 천천히 붉어가는 빛이 눌러지지 않을 지경이어도 나를 내려 보는 달은 당신과 같은 이름이다. 불그스름한 밤을 따라 흐르는 나는 사위어가는 당신이 애처로운데 먼 곳에서 당신은 내 걱정으로 이 밤을 서성이겠다. 늦은 퇴근길, 차고 맑은 달을 올려보니 ‘밥은 먹었니?’ 묻는 주름 깊은 당신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