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코로나 교육격차

한중기 논설위원

2020-03-25     경남일보
고등학교에 진학예정인 열여섯 살 재민 군은 요즘 일요일마다 도서관 대신 산으로 간다. 삼천포 앞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와룡산 상사바위에서 성인 몇 명과 함께 암벽등반을 4주째 배우는 중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도전정신과 성취감, 자일파티와의 연대의식, 대자연의 경외감을 학교 밖 세상에서 배우고 있다. 꿈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학사 일정이 한 달 가량 늦어지면서 심각한 ‘교육격차’가 우려되고 있다. 재민 군의 경우처럼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의 걱정은 더 크다. 교육 공백기를 선행학습이나 자기계발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가정환경, 재학 중인 학교의 특성에 따른 학습 편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 교육위원회 박경미 의원이 지난 해 발표한 ‘2018 OECD 교육지표’ 분석을 보면 한국의 지표가 0.79로 10년 전 0.89에 비해 크게 악화되었다. 핀란드(0.92에서 0.81)와 함께 교육형평성이 가장 악화된 국가다. 공교육 경쟁력이 사교육에 밀리면서 사교육비 지출의 차이가 학력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한 달 개학연기가 1년 이상의 교육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9월 학기제’ 도입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개학 후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다면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현장의 디테일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