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가시

2020-03-29     경남일보

가시   -남진우



물고기는 제 몸 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 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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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자른다. 통증의 신경이 닿지 않는 곳까지 또박또박 자른다. 내 몸 안도 무수한 가시투성이, 그 무자비한 가시가 공격적으로 돌출된 것이어서 여간 거슬리지 않아서다.

가끔씩은 세면기에 온 입으로도 마구 토해내져야 하는 저 지독한 가시는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나라는 꼴을 형성케 한다, 퍼덕이고 살아가는 일상을 지탱하는 힘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벼랑으로 끌고 가는 독소일 때도 많다.

어느 곤곤한 햇살과 바람에 드러내면 흉측할 것 같은 가시가 사납게 나를 내 몬다. 오늘도 가시의 통증을 견디는 하루가 분주 하겠다.(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