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대화의 기술

문경부 (부동산업)

2020-03-29     경남일보

 

사무실을 찾는 고객을 떠나 하루에도 몇 몇 분의 지인을 만난다.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오랜 시간을 같이 한 편한 사람들을 만남이 대부분이다.

세월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젊은 시절의 멋진 의기투합도 좀처럼 드물고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대화의 틈새도 벌어지기 시작한다. 한해 한해 갈수록 주위의 사람들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술을 마시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분명히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건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은 벌어지기 시작한다. 돌아서면서 느끼는 생각은 “많이 변했네. 예전에는 저 친구가 저러지 않았는데” 정말로 변한 사람은 그 사람일까 아니면 나 자신일까? 격정의 토론은 오히려 젊은 시절에 더 많았고 의견충돌과 대립도 그 시절에 더 빈번했었는데. 그렇지만 그때는 금방 화해하고 돌아서면 다시 웃고 만난다. 그러나 중년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화장과 분장의 기술을 배웠기에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위장을 한다. 마음은 떠났지만 안 그런 척 손을 내밀며 화려한 제스처를 취한다.

대화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상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 해야 한다. 그러나 그대와 나 우리는 어떤가? 자존심이라는 여과기를 통해 상대의 말을 귓등으로 가볍게 흘려 듣고 내 비겁한 변명과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지는 않는지? 저명한 학자나 아니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강연을 할 때도 그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고 때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대는 정말로 강연을 듣고 있는 것인지? 아니다. 그대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그대 내면의 소리에 따라 긍정과 부정을 오간다. 그대가 청중의 자리에 앉아 있건 대화를 하건 전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불편해 하는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소리는 홀로 있을 때 언제나 듣고 있기에 상대가 존재할 때는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마주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줄 때 상대 또한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이다.

콩밭의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대함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값싼 동정을 보내서도 안되고 건성으로 끄덕여서도 안 된다. 진실한 대화는 그 사람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에서 연유한다. 속임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그것 또한 상대의 책임이지 나의 어리석음, 잘못은 아니기에 말이다. 진정한 대화는 진실로 대함에서 시작된다.

문경부 (부동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