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창살 없는 감옥살이

이수기·논설위원

2020-04-02     경남일보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몇 달째 기승을 부리면서 폐렴에 대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평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던 기침·콧물 등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혹시 신종 코로나일까’ 걱정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에서는 작은 기침 소리에도 시선이 집중되는 경우도 많다. 놀라서 어서 검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도 한다.

▶어느 새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영글더니 하얀 꽃이 피어나고 서둘러 여러 가지 봄꽃도 만개했다. 겨우내 죽은 듯 숨죽이고 있던 나무가 기지개를 펴고 살아있음을 알리는 듯하다. 올봄도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꽃도 피지만 예년의 봄날과 많이 달랐다. 봄볕을 받은 벚꽃 등은 눈이 시리도록 희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다들 봄꽃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겪은 한 환자의 인터뷰에서는 “처음엔 감기인 줄 알았는데 숨 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음식을 먹으면 목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증상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초기 증상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것도 독감과 다른 점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단순 감기와 독감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워 더욱 무섭다.

▶특히 노인들은 지금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노인들은 다른 사람들이 불안해 할까봐 모임과 식당도 안 가고 집에만 웅크리고 있다. 봄은 왔고 꽃은 피지만 아직 먼 것 같다. 모든 일상이 멈춰진 잔인한 현실이 너무 힘들다. 이수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