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국가적 재난과 총선

정영효 논설위원

2020-04-06     경남일보
4·15 총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가 재난상태다. 어느 역대 총선 때 보다 국가적 위급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국가적 재난에 준한 상황에서 총선이 실시된 사례가 여러번 있었다. 재난 상황을 정권이 악용한 사례가 많았고, 이후에 국민이 이를 단호하게 심판했다.

▶3대 총선(1954년 5월)은 6·25 전쟁이 끝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때에 실시됐다.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이 크게 약진했다. 국가적 혼란을 정권이 악용함으로써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선거가 아니었다. 5대 총선(1960년 7월)은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된 후 곧바로 치러졌다. 민주당을 압승케 해 자유당 정권을 심판했다.

▶6대 총선(1963년 11월)은 1960년 5·16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이 승리했다. 주요 야당이 단일화에 실패해서 어부지리로 공화당에 과반을 넘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9대 총선(1973년 2월)은 정권이 초헌법적 친위 쿠데타 10월 유신(1972년 10월)으로 국회 강제 해산 후 치러진 선거다. 정권이 직접 재난을 일으켜 악용한 사례다.

▶11대 총선(1981년 3월)은 대통령 서거, 광주민주화운동, 쿠데타 등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치러졌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이 재난을 악용해 선거를 실시, 민정당이 의석을 독식했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 상황을 선거에 악용했던 정권과 정치권은 참혹한 처벌을 받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쫓겨났고, 박정희 대통령은 시해됐으며, 전두환 대통령은 감옥살이를 했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