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 아니 코로나19 엔딩!

최명숙 어린이도서연구회회원

2020-04-09     최명숙 어린이도서연구회회원
 
만개한 벚꽃이 가로등을 켠 듯 눈부시다. 연분홍 꽃비가 꽃융단이 되어 지천에 깔렸다. 벚꽃의 절정…. 벚꽃의 엔딩도 머지않았으리라. 코로나19의 엔딩 소식은 언제쯤이면 들려올까? 불친절한 자연 앞에 삼가 맞이하는 봄이다. 그것도 봄의 절정을 말이다. 모쪼록 흥겹고 신나게 ‘노래’를 해야겠다. 벚꽃엔딩이 아닌 코로나 엔딩의 염원을 담아~.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손 놓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이별)노래 어떤가요/ 사랑하는(함께했던) 그대와 단 둘이(이제는) 손잡고(손놓고)/ 알 수 없는 이 거리(관계)를 둘이(이젠) 걸어요.(끝내요.)/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틈날 때마다 음악을 듣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노래를 부른다. ‘벚꽃 엔딩’의 가사에 동요되어 어느새 리듬에 맞춰 흥얼거리는 중이다. 아이들이 듣는 음악을 함께 들으며 연기(마음에 흡족한 척, 감명한 척~)도 한다. 둘은 마치 경쟁하듯 음악을 들려준다.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음악을 나름 엄선(?)했다. 고맙고 기특하게도.

중학생 아들의 일기를 보다 ‘울컥’했다. 사춘기의 절정에 무임승차한 코로나19로 인해 아이의 ‘사춘기 앓이’는 갑절로 힘겨워 보였다. 코로나19는 가차 없었다. 아이의 일상 속에서도 구석구석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위기’와 ‘절정’이란 이름으로.

발단/ 불안한, 평범한, 그저 그런 하루다. 전개/ 반 배정 결과 발표, 개학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위기/ 개학이 연기됐다. 과연, 봄이 올까? 절정/ 사춘기의 기분, 고민, 자주 우울하다. 위기/ ‘인생’에 대해, ‘내안의 나’에 대해 생각했다. 절정/ 4월 개학 연기에 대한 나의 다짐, 개학하면 꼭 하고 싶은 것들, 코로나19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

코로나19는 수순을 초월한 문학작품을 닮았다. 독해하기 쉽지 않은 예술작품 같다고나 할까.(EBS수능강의을 들으며 든 생각이다) 발단과 전개를 지난 지가 언젠데 여태 위기와 절정 사이를 오락가락 중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땐 가장 긍정적인 경우를 예상하라’고 했던가. 등교하고 출근하고 놀고 만나는…, 이 모든 작당(作黨)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꽃피는 봄을 상상하며 노래를 부른다. 벚꽃엔딩이 아닌 코로나19 엔딩을~.

그나저나 학년별로 단계적 온라인 개학을 한다니 노트북이든 태블릿PC든 데스크톱 컴퓨터든 장만해야 될 성싶다. 예상치 못한 ‘디지털엥겔지수’가 한바탕 높아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