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갯게’의 경고

2020-04-12     강동현
최근 통영에서 처음으로 ‘갯게’가 발견돼 주목을 끌었다. 갯게는 갯벌에 사는 게다. 평범한 이름과 달리 만나기는 어렵다. 실제 갯벌에선 한 마리도 찾아보기 드문 보호대상해양생물과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갯게는 우리나라 서·남해와 제주도 연안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 주변 갯벌에서 산다. 몸통은 4~5㎝ 정도 크기이며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 지름 약 10㎝, 깊이 50㎝ 정도의 굴을 파고 사는데, 논둑에 구멍을 내 둑이 허물어지는 일이 있어서 ‘둑 허물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야행성인 갯게는 먹이활동 과정에서 진흙과 모래를 정화하기 때문에 갯벌의 청소부 역할도 한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1일 통영시 용남면의 작은 하천에서 너비 3.5㎝ 크기의 수컷 갯게 한 마리가 발견됐다. 각종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지금은 서식지 한 곳에서 한 마리 이상 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하다. 특히 갯게가 발견된 용남면 앞바다는 올해 2월 잘피 군락지 보호를 위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일엔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용남면 해역에서 멸종위기종인 상괭이 1마리가 낚싯바늘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환경단체는 이런 피해가 없도록 해양쓰레기 정화활동과 해양환경 정기 모니터링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통영 하천의 갯게 출현은 해양생물보호구역 서식지와 연계한 합리적인 보호·활용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라는 절박한 경고가 아닐까.

강동현 남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