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갈수기

2020-04-12     경남일보
갈수기  /정강혜



울 엄니 굽은 등 세밀 사진 한 장에는

메공이에 쓿고 닳아 아스라이 이어진

황량한 산맥과 강물 고요 헤쳐 건너온다

투정도 푸념도 삼켜 메마르고 목마른 샘

차마

전화선 타고오신 음성 갈수가 선연하다

너울에 감긴 작은 몸 내 가슴도 마냥 탄다



-----------------------------------------------------

가문 논바닥처럼 갈라진 어머니의 굽은 등짝에 쇠약한 갈비뼈가 산맥을 이루고 말라 쭈그러진 저 젖가슴이 더 서럽겠다.

퀭한 눈빛은 늘 동구 밖에 머물고 기별을 기다리는 어둔 귀는 이른 새벽에도 열려 있었겠다.

멀리 개 짖는 소리에도 봉창은 열려 있고, 장독대의 정화수에는 아직 별빛이 잠겨 있어 서걱대는 시누대는 뼈마디가 닳겠다.

날은 쉬이 새지 않고 마른기침만 남새밭에 주저앉히는 저 어머니.

-아가, 별일 없나 -

별 꺼리 없이 걸려온 전화통.

너울(쓰개)을 쓰고 차마 외면하며 살아가야하는 그 가슴도 타겠다.

전화선에 걸터앉자 통화를 엿듣는 참새 떼의 다리도 후들후들 떨리겠다.

초가 너머 별빛도 눈을 감아야겠다.

어머니는 언제나 눈물의 동의어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