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봄을 보내다

2020-04-16     경남일보

 

잠시

쉬었다,

갑시다             -이소정



왔다가 가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면 피었다 지는 것은 꽃의 일일 것이다. 환장할 듯 피어있는 저 꽃들에 마음을 빼앗기려는 순간, 영상의 푼크툼은 바로 저 의자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의자 하나에 작가의 무의식 속 사상이나 경험 등이 링크되어 강렬한 찔림으로 말미암아, 이미지보다 마음이 먼저 찍힌 이해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영상과 문자 같으나 둘이 결합되어지는 찰나, 말하는 주체에 대하여 독자로 하여금 한참동안 머무르게 하는 좋은 디카시다. 물론 제목에서 읽히듯 봄을 보내는 일이란 사람의 입장이겠으나 꽃이 꽃에게 계절이 계절에게 나아가 의자가 꽃들에 등등. 생각하다 보니 최영미의 ‘선운사에서’라는 시가 바람결에 스민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