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단절

2020-04-26     주강홍 진주예총회장
단절/주강홍



와이어가 끊어졌다

팽팽한 긴장의 소리가 우우 울리더니

턱 하는 파열음과 함께 터져버렸다

 
허공을 팽개치며 날아오르는 저 가닥들
 
S자로 비틀대며 채찍처럼 벽에 부딪힌다

엎드린 자들의 모가지를 지나서

유리창과 목재들을 단숨에 박살내 놓은 저 힘

약해지면서 가해지는

저 무서운 단절의 힘

우리가 너무 오래 닳아서

파열하는

저 무서운 파괴력

 


시작노트: 온전하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하다. 절제와 조율 속에서 한계를 염두에 두는 처세가 묘책이다.

단단한 인과관계에서도 무수한 잔금들은 생기게 마련이고 한계치에서는 당연히 끊어지게 되는 것 또한 섭리다. 도자기나 귀한 접시처럼 복원할 수 없는 소중함이 순식간에 엉망이 되기도 한다. 깨어진 것들의 파편은 날카롭다. 오랜 인연의 줄도 끊어지면 흉기가 된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