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데자뷰

2020-05-03     경남일보
지난 1일 지리산 천왕봉인근에서 등산객을 구조하던 소방헬기가 불시착해 요구조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행 중 심정지 증상을 보여 구조되던 A(65)씨의 아내 B(61)씨가 헬기 주날개에 부딪혔다. 부부는 다른 헬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헬기 기장은 제자리 비행하면서 환자를 구조하던 중 기체가 균형을 잃으면서 휘청거리다 불시착했다고 진술했다.

▶산에서 부상자를 구조하다 헬기가 추락하거나 불시착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24년 전인 1996년 8월 9일 발생한 사고이다. 당시 경남도 항공구조구급대 소속 헬기가 지리산 로타리대피소 부근에서 등산객 2명을 구조한 후 공중으로 떠오르다 갑자기 추락했다.

▶이 사고로 등산 중 부상한 요구조자를 비롯해 기장, 소방대원 7명 전원이 사망했다. 헬기는 부상자를 구조한 뒤 상승하던 도중 갑자기 불어온 돌풍을 만나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현장취재에 나섰던 경험 때문에 이번에 발생한 사고는 마치 데자뷰(처음 해 보는 일이나 대상, 장소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현상)를 보는 듯 했다.

▶헬기는 프로펠러를 돌려서 양력을 발생시켜 날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바람이나 기류변화에 취약해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이번 사고는 현재로선 기체결함인지 조종사의 실수인지 기류변화인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데자뷰처럼 되풀이하는 헬기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사고원인을 밝혀내고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 차후에는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최창민·편집국 부국장대우 취재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