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어린이

정영효 (논설위원)

2020-05-04     경남일보
역대 ‘어린이날’ 중에 올해가 가장 우울한 날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우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바람에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 대다수가 취소 혹은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껏 뛰놀고 가장 즐거워 해야 하는 날이건만 어린이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장유유서(長幼有序) 유교윤리가 지배했던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는 어린 아동들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멸시, 하대의 대상이었다. 어른의 종속물 혹은 소유물로 인식되면서, 독립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어린 아동들을 낮은 신분으로 천시하는 사상이 은연중에 잠재됐고, 그렇게 대우해 왔다.

▶그러던 중 1920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사랑해 줄 것으로 촉구하면서 처음으로 ‘어린이’ 용어가 사용됐다. 그리고 1923년에는 ‘어린이날’이 지정됐다. ‘어린이날’은 처음 ‘5월 1일’이었다가, 1927년에는 ‘5월 첫 일요일’로 변경됐고, 1945년 광복 이후에는 ‘5월 5일’이 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제 어린이는 멸시와 하대, 억압해도 되는 무가치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나라 미래를 좌우하는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이다. 어린이헌장 전문에 “어린이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 나갈 새사람이므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귀히 여겨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써야 한다”고 돼 있다. 어린이들이 헌장의 전문 처럼 자라고 있는지 어른들의 성찰이 필요하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