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리쇼어링

한중기 논설위원

2020-05-21     경남일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리쇼어링’ (Reshoring)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제조업의 자국 회귀 현상이다. 90년대 세계화 열풍에 힘입어 너도나도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던 ‘오프쇼어링’ (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자국의 해안가(shore)를 떠나 있는 해외의 공장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정책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에 목을 매는 것은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급증하는 실업난 때문이다. 실제 애플의 리쇼어링 정책으로 작년 상반기까지 미국에 일자리 2만2200개가 만들었다고 한다. 주요국의 코로나 경제대책 1순위가 리쇼어링 정책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한국형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리쇼어링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 기업의 U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이 국내로 복귀하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력이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위해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완화를 논의하고 있다는 데 있다. 논란이 되자 정부는 검토된 적 없다고 빠르게 입장정리에 나섰지만 의구심이 남는다. 리쇼어링을 핑계로 국가균형발전에 손을 떼겠다는 소리로 읽히기 때문이다. 말로만 ‘균형발전’이니 ‘지방분권’ 할 일이 아니다. 리쇼어링도 좋지만 지방을 죽여서는 안 된다.
 
한중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