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는 길 서럽지 않게...”

진주서 피살된 태국 노동자 유족 자국 대사관선 지원 요청 외면 지역 사회 온정에 장례 길 열려

2020-05-26     백지영
속보=진주에서 같은 국적 노동자에게 피살된 태국인 불법체류자의 유족이 지역사회의 온정 속에 장례를 치르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본보 26일자 4면 보도)

지난 21일 진주시 금곡면 한 비닐하우스 단지에서 살해당한 A(33·태국)씨의 아내 B(33·태국)씨가 비용 문제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온정의 손길이 답지했다.

26일 오후 진주경찰서에서는 유족 B씨의 빠른 피해 복구와 일상 복귀를 염원하는 지원금 전달식이 열렸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외사협력자문위원회(위원장 강점석)가 300만원, 前 범죄피해자지원협의회(회장 선천석)가 200만원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

경찰과 무관한 지역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언론 보도를 접한 이화장의사(대표 서태호)가 피해자 장례비 전액 지원을 약속했고, 시신이 안치된 경상대학교병원 역시 병원비 일부 감면 의사를 전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26일 서울에 있는 주한 태국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봤지만 “아무런 지원도 해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진주로 내려온 B씨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이날 전달식에서 “태국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는 위로를 들은 B씨는 양손을 모은 채 “코쿤막(태국어로 ‘정말 고맙습니다’)”이라는 인사로 답했다.

B씨는 27일 화장 절차를 진행한 뒤 항공편을 확보하는 대로 남편의 유골함을 안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원래 한국을 좋아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더 좋아하게 됐다. 비록 한국을 떠나지만 잊지는 않겠다”며 온정의 손길을 건넨 지역사회와 이를 연계해준 경찰, 그간 돌봐준 농장주 부부와 일면식도 없음에도 통역 등 모든 절차를 함께 해준 한국-태국 국제결혼 부부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