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굿즈 마케팅

한중기 논설위원

2020-05-27     경남일보
공짜만큼 달콤한 유혹이 없다. ‘세이렌의 유혹’보다 더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지만 쉽게 떨칠 수 없다. 다품종대량생산 마켓에서 머천다이즈(MD) 용도로 제공되는 공짜 상품은 못 받으면 괜히 억울한 심리도 작용한다. 마케팅 전문가는 이 지점을 공략한다. 부지런히 쿠폰을 모으게 하고, 사은품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버린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Goods) 마케팅이 소비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단순한 판촉물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브랜드의 굿즈라는 점을 내세운다. 기업의 철학을 담길 수 있는 굿즈로 접근하면서 소비자의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굿즈 마케팅 자체 시장 규모만 해도 천문학적 수준이다.

▶미끼 상품인줄 알면서도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소유하고 싶은 욕구에 기꺼이 굿즈 마케팅에 응하는 세상이다. 소소한 행복 또는 재미 때문이다. 내가 팬이 되면 모든 것이 그냥 좋게 보이는 팬덤 현상이다. 집단성 군중성이 유달리 큰 우리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돌, 미스터 트롯 같은 연예계나 커피 음료 등 유명 브랜드의 굿즈 마케팅이 대세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마시지도 않을 커피 300잔을 주문한 뒤 매장에 그대로 두고 한정판 사은품만 챙겨 사라진 일이 발생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상품이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리셀러 되고 있다는 점이다. 변질된 굿즈 마케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이렌이 놀랄 일이다.
 
한중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