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파이프 오르간

2020-06-07     경남일보
파이프 오르간 /손택수

좋은 소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사라지는 음을 따라 행복하게 나도 잊혀지는 것이다

 
그런 음악이 있다면
완공된 건축물들이 잊고 사는 비계다

발판에 구멍이 숭숭한 것은 새처럼 뼈를 비워 날아오르기 위함,
하지만 여기서 비상은 곧 추락이다

음악이 되려고 뼈가 빠져본 적 있나
한여름이면 철근이 끈적한 거미줄처럼 들러붙는 허공

모든 건물들은 잊고 있다
뼈 빠지는 저 날개의 기억을,
흔적도 없이 해체하는 비상의 기술을

건축을 잊은 건축이 음악에 이른다
철근 위에서 깃처럼 펄럭이는 비계공들,
뽑아올리는 파이프가 웅웅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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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할 때 높은 곳에서 안전한 발판을 깔고 작업하기 위해 쇠 파이프로 둘러치는 것이 비계다. 망치와 톱과 연장들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들을 시인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로 버금했다.

과정은 결과에 묻혀버린다. 우리의 안락한 거주가 작업자들의 노고를 잊고 있고, 사람살이에서 지금을 지탱하고 온전하기 위해 도와주었든 많은 이들을 잊고 살수도 있다. 아니 억지로 잊어버리고 무시해 버리는 것이 편할 때도 많다. 그것도 안주의 악樂일수도 있다. 새삼 돌이켜보게 하고 껍데기를 벗겨 해체하여 저 깊은 곳에 송곳을 찌르는 좋은 시 한편을 만난다. 갑자기 모두를 생각이 깊어지게 한다.(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