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 이달중 발표

“기술 검증이냐 정책판단이냐” 관심

2020-06-14     박준언·일부연합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달 안에 총리실의 검증 결과가 발표될 것이란 얘기가 돌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총리실 검증 결과가 기술적 검증에 국한된다면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제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총리실에서 검증 결과에 보완대책을 담아 김해신공항안을 유지하는 등 국토부 입장을 반영하는 ‘정책 결정’을 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최근 분과별 검증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분과별 검증 결과를 담은 보고서 초안을 공유하고 보완한 뒤 최종 보고서 작성을 거쳐 이달 안에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해신공항안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나’라는 명제로 총괄, 안전, 소음, 환경, 시설 운영수요 등 5개 분과별로 김해신공항이 지닌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울산·경남은 총리실 검증이 ‘기술 검증’에 국한돼야 하며 검증위가 국토부 입장을 고려해 종합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총리실 검증위는 논란이 돼 온 김해신공항안의 문제점에 대한 기술적 검증 결과만 발표할 뿐 김해신공항안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적합한지 여부에 관해 판단은 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만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정책 결정 권한이 있는 청와대가 김해신공항안 운명을 결정할 개연성이 높다.

김해신공항안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와도 당장 김해신공항안이 백지화되고, 가덕도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관문 공항을 짓는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는 김해신공항안이 폐기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염두에 두고 총리실, 울산시, 경남도 등으로 ‘정책협의회’를 꾸려 신공항 입지를 이른 시일 안에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리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개선점을 제시하며 보완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부산시가 2년 가까이 끌어온 동남권 신공항 비전은 물거품이 된다. 부·울·경 시도지사와 국토부 장관이 검증위 결과에 따르기로 했기 때문에 불복할 명분도 없다. 동남권 관문 공항이 사실상 무산되면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상공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 2016년 가덕도와 밀양 중 신공항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부가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설치하는 내용의 김해신공항안을 발표한 것처럼 이번에도 부·울·경이나 국토부 예상을 뛰어넘는 또 다른 ‘정치적 한 수’가 나올 수도 있다.

검증위가 뚜렷한 검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정부가 김해신공항에 대한 결정을 미룰 개연성도 있다. 동남권 신공항을 무산시킬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2022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의사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얘기가 지역 정치권에서 나온다.

박준언기자·일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