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말의 온도

2020-06-21     정만석
돌에 맞으면 총알 아닌게 어디냐, 개에 물리면 호랑이 아닌게 어디냐, 수도가 터지면 머리 안터진게 어디냐, 실직이 되면 과로사 안한게 어디냐, 물에 빠지면 악어 없는게 어디냐. 최근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한 말에 빗댄 한 언론사의 만평에 게재된 내용이다.

▶남북연락사무소는 정부가 그동안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꼽아 왔고 국가 예산 180억원이 투입된 건물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괴를 했는데 대포 대신 폭탄을 사용했으니까 그나마 낫다는 송 의원의 말은 도저히 납득할 수 가 없다. 송 의원은 북한이 사람을 죽여도 고사총 대신 소총을 쓰면 ‘그게 어디냐’고 할 텐가.

▶우리가 하는 말에는 온도가 있다. 말은 우리의 입을 통해 전달되지만 그 뿌리는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했다. 따뜻한 한 마디는 평화와 온기를 주고 차가운 말 한마디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그 만큼 말을 할때는 신중을 기해해 된다는 말이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송의원은 2시간 만에 “북의 무력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강도가 어떤 흉기를 들고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해를 입힐 의도가 있느냐 하는 그 자체다. 송의원이 북한의 무력에 상응하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면 ‘대포’발언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차라리 침묵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정만석 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