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상량문(上樑文)

이수기 (논설위원)

2020-06-24     경남일보
상량문(上樑文)은 건물을 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 공역 일시 등을 적어둔 문서다. 상량문에 따른 상량제는 목조 건물 건축 과정에서 최상부 부재인 종도리(宗道里:마룻도리)를 올리는 때 사용하는 축문이다. 상량문은 중국 육조 때부터 시작되어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진주성 북장대(北將臺) 해체 보수공사 중 156년 전인 1864년(고종 1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량문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1864년 제작된 문서인데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경상우병사 이교준의 글로, 향후 상량문을 근거로 북장대 문화재 승격 신청 또한 검토할 계획이다.

▶종도리를 올려놓는 과정인 상량은 건물 골격이 완성 단계이자 가신(家神)인 성주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건축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용(龍)’자와 ‘거북(귀:龜)’자를 서로 마주보게 적는 이유는 여러 주장이 있다. 용과 거북이 물과 관련된 동물이라 화재에 취약한 목조 건물에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량제는 전통사회의 건축, 조영 과정에서 텃고사와 함께 가장 중요한 공정이다. 비록 건물이지만 마치 사람의 탄생처럼 사주(四柱)인 탄생일인 연월일시가 정해진다는 의미에서 길을 택한다. 문장의 길이와 형식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건물을 짓게 된 동기, 내력, 종도리를 올린 시간인 상량 시간과 기원문으로 구성된다.
 
이수기·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