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에 청년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이웅호 (경남과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0-06-28     경남일보
올 초부터 시작한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5월 실업자는 127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3만3000명(11.6%p) 증가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1만1000명(-2.4%p) 감소하였지만, 청년들의 확장실업률이 24.2%에서 26.3%로 2.1%p 증가하였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고 있는 현실에서 코로나 여파는 여전히 확산하고 있어, 세계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수출 내림세는 더욱 깊어 국내 기업의 닫힌 채용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참담한 취업 시장에 취준생은 허탈감을 보인다.

지난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비정규직 보안 검색 요원 1902명의 정규직 전환 결정 발표는 허탈한 청년들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요즘 청년들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이며, 공기업은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인국공은 정규직 평균 연봉이 8327만 원이며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4458만 원으로 공기업 중에서도 청년들의 취업 선호도 1위 기업이다. 정규직 전환 1902명은 기존 정규직 인원 1400여 명보다 훨씬 많은 수로 민간기업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공기업에서도 전무(前無)한 일이다. 지금 인국공은 코로나의 여파로 승객이 98%나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정규직 전환을 서두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인국공을 방문할 때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한 약속의 실천 때문이다. 비정규직 제로화의 핑계로 비정규직을 조건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에 취업 준비생들은 분노한다. ‘취업 9종 세트’는 기본으로 갖춰도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라 ‘N포 세대’가 되어야 하는 취준생들에게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무임승차하는 것은 청천벽력이 될 것이다. 그들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믿고 ‘청년실신’도 마다치 않고 ‘취업 9종 세트’를 장만하여 취업전선에서 버티고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보안 검색 요원이 정규직이 되더라도 공사의 신규공채 인원이 줄어들지 않는다”라며 “공채의 문은 과거와 똑같이 취준생에게 열려있다”라는 변명을 한다. 또 다른 정치인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이라 애맨 소리를 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임금기금설의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단기적으로 일자리는 한 사람이 차지하면 다른 사람이 가지 못하는 제로섬 (zero sum) 게임이 존재한다. 무임승차한 수만큼 취준생에게는 도미노 현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또한, 인류는 경쟁을 통하여 성장하고 발전한다. 승자와 패자가 동등하게 가지는 것은 공산주의적 평등이다. 1등과 2등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도 없겠지만 그 결과는 엄청난 것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본주의적 공정이다.

지금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기회의 불평등, 과정의 불공정, 결과의 불의(不義)”라는 사회·정치적 현상에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 제로화” 추진이 아니라,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정의로운 사회와 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왜곡된 사회·정치·노동 구조 등 다양한 사회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의 해결책은 보다 근본적인 사회안전망을 통한 정의로운 사회 만들기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은 결국 기업이 한다는 대명제를 버리지 말고 정부와 정치권은 투자환경을 조성해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 구축을 통한 노동시장의 현안을 풀어 가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웅호 (경남과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