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황혼의 오픈카

2020-07-02     경남일보

 

 

 

오늘의 연애도 저물어간다

동갑내기 예순 언덕길

당신이어서 고마워요

붉게 밑줄 그으며

-장한라(시인)



접었다 펼 수 있는 덮개는 없을지라도 어쨌든 연애의 럭셔리한 맛은 오픈카이지 않을까. 적은 연료 소비로 보다 좋은 힘을 내는 전용 오픈카와 평생을 함께해온 저이. 누구나 완만한 길을 바라지만 누구나 그렇지 못한 게 있다면 바로 인생임을 우리는 안다. 가파른 생의 언덕길 위로 저물어 가는 저이의 뒷면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허나 안전운행이 우선임을 아는 저이의 주행 속도에 단 한 번도 과속이 없었음을 오늘도 붉은 밑줄을 긋는 것이다.



은빛 물결에 하루의 고단함이 던져지는 순간을 포착한 제주 시인의 소식을 듣는다. 그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장한라 시인이 두 번째 디카시집 ‘딴지를 걸고 싶은 고백’을 출간했다. 남편 조성훈 선생이 번역한, 4개 국어로 이루어진 국제판이다. 올 시월 예정인 제1회 제주 국제디카시페스티벌에 참석하는 많은 이들에게 디카시를 알리고 싶다는, 제주를 사랑하는 시인의 행보가 디카시와 함께 몹시 기대된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