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대리 출석

2020-07-09     경남일보
 

학생들이 사라진 캠퍼스

빗줄기만 소란하다



야외 벤치에 둘러앉은 자연이

오늘의 세미나를 주최한다

-황주은(시인)



목소리를 변조하여 친구의 출석을 대신했던 일명 ‘대리 출석’이 캠퍼스의 낭만 중 하나였던 적 있다. 하지만 교육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몇 해 전부터 대학마다 점차 ‘출결 앱’이 도입되어 사소한 추억거리마저 사라지는 즈음, 플라타너스 그늘이 빗소리에 흠뻑 젖고 있다. 코로나19의 위력에 학생들의 발길이 끊어진 캠퍼스 곳곳마다 어수선한 분위기다. 그러니 펄럭이는 현수막의 글귀를 보지 않아도 주최 측의 세미나 주제를 알 것 같다.



떨어져 나뒹구는 이파리에 시선을 던진 시인의 ‘대리 출석’이 수상한 시절에 맞닿아 이채롭게 다가온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의 역사를 바꿔놓을 만큼 총체적 혼동인 코로나19. 부디 인간의 존엄성을 우선한 상생의 길을 찾아 나가는 세미나가 되었으면 한다. 어쩌나! 캠퍼스 강의동 주위를 배회하고 있을 고양이의 허기는 누가 다독거려 줄 것인지…, 보도블록 위에 머문 바람결 따라 무성한 잡풀만 소란하겠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