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손 (유홍준 시인)

2020-07-19     경남일보

사람이 만지면

새는 그 알을 품지 않는다



내 사는 집 뒤란 화살나무에 지은 새집 속 새알 만져보고 알았다 남의 여자 탐하는 것보다 더 큰 부정이 있다는 거, 그걸 알았다



더 이상 어미가 품지 않아

썩어가는

알이여



강에서 잡은 물고기들도 그랬다



내 손이 닿으면 뜨거워

부정이 타

비실비실 죽어갔다 허옇게 배를 까 뒤집고 부패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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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을 탄 새의 알을 어미가 더는 품지 않는 것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스트레스 일 수 있고, 다른 가족의 보호를 위한 모성의 본능일 수도 있고, 소중한 것들을 제대로 근사하는 지혜일 수도 있다.

금기되어야 할 것들이 경계를 넘어서는 바람에 문제가 되는 것들이 많다. 우연이든 의도적이든 행위의 결과에 잣대를 맡기고 지우처서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다 . 시간과 조건과 그 때의 환경은 지워져 버리고 , 오직 현재의 기준으로만 판독을 구할 때 사실 뒤에 숨은 진실은 힘을 잃는다 .

손바닥의 잔금을 물끄러미 본다 .이 손을 스쳐간 무수한 역사들이 미로처럼 엉켜있다.

쥐락펴락 골마다 말씀들이 견디고 있다. 시인의 뜨거운 손도 그렇것이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