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박혜령/사천문화재단 팀장

2020-08-02     경남일보

 

/내가 너를/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3년 전이었던 것 같다.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은 필자에게 다른 의미로 기억된다. 영화 상영에 앞서 야외 대형 스크린 위로 그 해 별세한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를 추모하며 그의 컴퓨터에 남겨져 있던 나태주 시인의 시가 소개됐다. 그 순간 복합적인 감정들이 일어나면서 그에 대한 동료들의 그리움과 그의 삶에서 영화의 의미와 열정이 전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느끼고 싶었는지도…,

가끔 동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서 일하나요? “인생에서 가치 있는 일을 찾기 위함”이라는 이도, “10년 내 1억 모으기”라는 이도 있다. 사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이는 필자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인생에서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일에 쏟고 있다. 일은 단순히 생계수단을 넘어 일련의 과정과 결과, 개인의 인격, 사고방식, 타인과의 관계, 개인이 사회를 대하는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자신의 삶에 방향과 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필자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내가 있는 여기(now)에서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더 중요함을 느끼고 있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일을 하는 사람의 인생 그 자체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근로가 미덕이라는 해로운 믿음(?)을 가지고 있진 않다. 다만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에 대한 방향성을 생각해보고, 자신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자기다움’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제안했지만 필자도 치열하게 그 의미를 찾고 있다. 사람마다 삶을 통해 주어진 과제의 내용이 다르기에 현재 저마다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해도 잠시 일상을 멈추고 ‘자기다움’을 되짚어봤으면 한다.

독일 출신 작가인 에크하르트 톨레의 저서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서 ‘자신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당신을 살고 있음을. 삶은 춤추는 자이고, 당신은 그 춤이다’가 생각난다. 필자는 과연 어떤 춤을 추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