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사랑법

2020-08-09     경남일보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합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세상을 혹은 삶을 달관하면 이런 생각이 절로 실천될 일일까요. 주변으로 고요가 켜켜이 쌓여 글자도 천천히 읽고 써집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됩니다. “하늘에 대하여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진정한 사랑은 이런 거라 하는군요. 얼마나 깊은 사람을 보냈으면 이런 생각에 이르게 하는 걸까요. 잊힐 때까지 서두르지 말아야 할 일을 생각합니다. 생의 인연이 여기까지여서 미안합니다. 사람의 인사가 심장에서 붉은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침묵해야 한다는군요. 한 번도 소리 내어 꺼내보지 못한 꽃을 꺼내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침묵해야 할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슴으로 하는 사랑은 삶의 법칙도 이러하겠습니다. 원하는 길이 곧게 가는 이런 삶이라면 저도 한 번은 힘껏 살아볼 의향이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