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싸울아비

2020-08-09     경남일보
‘싸울아비’라는 어원의 유래는 모호하다. 통상 황산벌에서 5만의 신라군에 맞서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계백 장군과 백제의 5천 결사대를 ‘싸울아비’라고 부른다. 국어사전에는 싸울아비란 ‘무예를 익히어 그 방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돼 있다.

▶지금 민주당 정권은 싸울아비 같다. 하지만 백제의 싸울아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싸울아비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싸워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하는 상대가 다르다. 백제의 싸울아비는 나라를 침략한 적군(신라군)을 싸우는 상대로 삼았다. 그들과 뜻이 달랐던 자국의 백성이 아니었다.

▶그런데 현 정권과 민주당의 싸울아비가 싸우고자 하는 상대는 그들과 뜻이 다른 반대편과 다주택자·임대인들 같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발목을 잡은 야당과 다주택자·임대인들 탓이라며, 싸워서 반드시 멸해야 하는 적군을 대하듯 한다. 뜻이 다르더라도 이들은 자국의 국민이다. 협치와 소통, 협력의 상대이지 격멸시켜야 할 적이 아니다. 이들을 자국민으로 인정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정권에 쓴소리하는 관료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반대편을 배제한 채 정부와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만을 골라 통과시키는 폭주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정권이 바뀌어도 민주당은 4년 남았다”,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들은 범죄자, 도둑들”, “피흘릴 각오를 하고 앞장서겠다”고 말하는 싸울아비들에게서 광기 마저 느껴진다. 자기의 뜻과 다른 국민을 적으로 삼는 민주당 정권의 싸울아비들에게 고한다. 이들을 격퇴시켜야 하는 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정영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