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돌아야 돈

2020-08-10     경남일보
변옥윤 논설위원
 
5만원권 지폐가 처음 발매되었을 때 회수율은 불과 1%대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40%대가 정상이라고 한다. 지갑 깊숙히 자리잡았던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세상밖으로 나왔고 그 자리를 5만원권 지폐가 차지한 것이다. 부녀자들이 장롱 속이나 썩지 말라고 소금단지에 감춰 두었던 1만원권도 이 때 5만원권에 그 자리를 내주고 세상밖으로 나오게 됐다.

▶남성들의 비상금으로 각광을 받았던 10만원권 수표는 이제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들어 5만원권 회수율이 10%대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한국은행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다 부동산이 혼란스러워지자 현금 선호가 늘어난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요즘들어 가정용 금고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제로금리시대라 자금추적이 쉽고 절차가 까다로운 은행을 이용하는 것 보다는 현금화해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떨어져 발에 밟히는 낙엽 보다 못한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가 아닐 바에야 돈은 돌아야 제격이다. 서양속담 처럼 돈은 직접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갈 곳을 잃은 돈이 장롱속 깊숙히 숨어들면 경제상황은 어려워진다. 5만원권이 자취를 감추자 한국은행은 발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한다. 그 돈마저 숨어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숨어든 돈을 꺼내는 방법은 화폐교환이 가장 직접적이다. 신규 발매 보다는 숨은 돈이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는 묘책이 급선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