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이영기씨 소 한마리 ‘기적의 생환’

집중 폭우에 합천~밀양 80㎞ 떠내려가 물 속에서 3일…잡초 뜯어 먹으며 버텨

2020-08-11     김상홍
집중폭우로 합천에서 떠내려간 소가 80㎞ 떨어진 밀양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 주인에게 인계됐다.

11일 합천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밀양시 하남읍 야촌마을 둔치에서 소 한마리가 마을 주민에게 발견됐다.

마을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밀양시 농업기술센터와 소방당국은 소귀에 붙은 이력제 귀표를 확인한 결과 합천군 율곡면 한 축사에서 키우던 것으로 알아냈다.

이 소의 주인은 합천군 율곡면에 사는 이영기씨로 확인됐다.

이 후 주인 이 씨에게 연락한 다음 트럭으로 합천 축사까지 안전하게 인계했다.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발견한 소 귀표에는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표시가 ‘면 단위’까지 돼 있어 주소지를 파악했다”며 “합천군 율곡면에서 키우던 소 인것을 바로 확인하고 무사히 주인에게 인계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소가 이동한 거리는 80㎞이며 3일 동안 물속에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 당시 소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는 않았으나 많이 지쳐 있었으며 풀을 먹이 삼아 먹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체중이 500㎏이상 능가하는 소가 3일 동안이나 물에 떠 있으면서 호흡을 유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으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소가 선천적으로 헤엄을 잘 치는 동물이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반응도 보인다.

소를 인계한 주인 이 씨는 소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이영기씨는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축사에는 있는 소들이 전부 다 물에 빠져 죽을 거 같아 잠궈 놓은 문을 일부러 열어놓았다. 그 중 소 몇 마리는 근처에서 발견됐다”며 “짐승이지만 주인을 찾아온 것이 정말 가슴 아프지만 너무 반갑다”라고 울먹였다.

이 지역에는 지난 8일 집중호우와 합천댐 방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황강이 범람하고 지류인 제내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합천군 율곡면 일대가 물에 잠겨 소와 돼지 등 가축 3300여 마리가 떠내려가거나 폐사했다.

합천군은 집중호우 피해액을 약 25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피해신고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11일 김경수 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집중호우 피해가 큰 합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건의했다.

김상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