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32]

‘버릇’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1 ‘잠버릇’에서 ‘입버릇’까지

2020-08-12     경남일보
오란비(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고 많은 분들이 많은 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별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언제 끝이 날지 모를 빛무리 한아홉(코로나19) 때문에도 걱정이 가시지 않습니다. 제가 사는 고장에도 걸린 분이 나왔다는 기별을 듣고 아이들한테 입마개를 잊지 말고 하라고 거듭 일러주었습니다.

저는 입마개를 깜빡 잊고 안 가지고 나왔다가 다시 가지러 들어가는 일이 아직도 가끔 있는데 다른 분들은 이제 입마개를 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안 하는 게 어색하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빛무리 한아홉(코로나19)을 이기는 그날까지 입마개를 하는 게 버릇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오늘은 ‘버릇’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버릇’ 들어간 말로 먼저 ‘잠버릇’이 있습니다. 이는 ‘잠잘 때에 하는 버릇이나 짓’을 가리키는 말인데 다들 저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어서 ‘잠버릇’ 이야기가 나오면 뭐든 하실 이야기가 있지 싶습니다. 저는 어릴 때 잠을 자면 한 가지 몸씨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한 바퀴 빙 돌면서 자서 옆에 사람까지 힘들게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잠을 ‘돌꼇잠’이라고 하는데 여러분은 어떤 잠버릇이 있으신지요?

어른들끼리 버릇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게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로 ‘술버릇’입니다. ‘술을 마시면 나타나는 버릇’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여느 때는 조용하고 통 말이 없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도 있고, 어떤 까닭이 있는지 모르지만 술만 드시면 우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다들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버릇’이 들어간 말 가운데 ‘손버릇’도 있습니다. ‘손버릇’은 ‘손에 익은 버릇’이라는 뜻이 바탕 뜻입니다. 이 손버릇도 사람들마다 달라서 많습니다. 손톱을 다른 손톱으로 뜯어내는 버릇이 있는 사람도 있고 손가락을 쉬지 않고 까닥이는 사람도 봤습니다.

하지만 이 ‘손버릇’이라는 말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버릇’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을 ‘손버릇이 나쁜 사람’이라고도 하지요. 또 익은말로 ‘손버릇(이) 사납다’가 있는데 이 말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망가뜨리거나 남을 때리는 버릇이 있다’는 뜻으로 그리 좋지 않은 말이니 될 수 있으면 쓸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손버릇’이라는 말이 있으니 ‘발버릇’이라는 말도 있지 싶은데 아직 이 말은 말집 사전에 올라가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발을 떠는 사람도 있고 발가락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손보다는 발이 덜 눈에 띄다보니 ‘발버릇’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 않으니까 말집 사전에는 오르지 못했나 봅니다. 하지만 ‘발버릇’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긴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이 쓰면 올라가지 싶습니다.

손도 나왔고 발도 나왔으니 ‘입버릇’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습니다. ‘입버릇’은 ‘입에 배어 굳은 말버릇’이 바탕 뜻입니다. “입버릇이 고약하다”처럼 많이 쓰는데 ‘말버릇’이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말을 나쁘게 하는 사람들한테만 쓰는 것 같은데 말을 참 예쁘게 잘하는 사람들한테 ‘입버릇이 바르다/예쁘다/곱다’와 같은 말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먹거리를 먹는 버릇’이라는 뜻으로도 쓴답니다. “나는 입버릇이 잘못 들어 기름기가 많은 것만 먹는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