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나인 것

2020-08-12     경남일보
조아름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가수나 배우를 보고 ‘장르가 누구이다’라는 말을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를 예로 들자면, 슬픈 가사이지만 빠른 곡조인 노래를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자우림’이라는 가수의 노래를 보고 ‘장르가 자우림이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꾸며지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물에게 명칭을 갖다 붙이거나 명명하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이 아니다. 온전한 모습을 그 속성으로 나타내는 것은 특히나 오늘날 사회에서 더욱 어려워진다.

“펭수는 펭수야! 세계관을 깨트리지마.” 이 말은 남극에서 온 10살 ‘펭수’가 한 말이다. 펭수는 2m가 가까이 되는 대형 펭귄 탈을 쓰고 있다. 허나 탈 안에는 실상 한 남성이 들어가 있지만 사람들은 펭수의 세계관을 존중해주고 맞춰 간다. 펭귄 인형 탈을 쓴 큰 덩치 ‘펭수’에게 이름을 붙여 새로운 인격체를 부여하는 것이다. 즉 ‘부캐릭터 문화(이하 부캐 문화)’인 것이다. 부캐 문화는 일종의 ‘페르소나’인 격이다. 페르소나란 사회 역할이나 배우에 의해 연기되는 등장인물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아닌, 나를 대신하는 어떤 인격체를 만들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펭수 뿐만 아니다. 린다G,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 마미손 등 실존 인물이 아닌 한 겹 더 씌어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부캐 문화가 연예계나 유명인에게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인가. 그것 또한 아니다. 일반인들도 충분히 부캐 문화를 누릴 수 있다. 보통 개인 SNS의 계정을 두 개로 만든 후, 나를 온전히 보여주는 계정과 나를 어느 정도 꾸밈 있게 보여주는 계정을 만들어 활용한다. 필자 또한 상황에 따라 주어진 역할에 따라 계정과 인물이 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20년 소비 트렌드 10개 중 하나로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이는 ‘다중적 자아’라는 뜻으로 상황에 맞게 가면을 바꿔 쓰듯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현대인을 일컫는다. 언택트 시대, 온라인 시대가 됨에 따라 페르소나는 더욱 뚜렷하게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장르가 나인 것’에 대한 열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간혹 익명 뒤에 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캐에 심취해 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이상 SNS의 부계정이 아닌 나만의 것인 진정한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구축해나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