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날

2020-08-12     경남일보
한중기 논설위원

스페인의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50만 년 전 고대 인류의 앞니 자국을 분석한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네안데르탈인으로 추정되는 인류가 사냥한 고기의 가죽을 벗길 때 고기는 앞니로 물고, 왼손은 고기 가죽을 붙잡은 다음 오른손으로 돌칼을 쓴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분석을 토대로 당시 인류의 93.1%가 오른손잡이란다.

▶오늘날 자연적으로 발생한 왼손잡이 비율은 대략 10% 전후다. 2013년 한국갤럽의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4%가 왼손잡이, 1%는 양손잡이, 나머지 95%는 오른손잡이로 나타났다. 50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이유가 궁금하지만 명확한 것은 없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왼손의 불편함’은 일상 속 곳곳에 남아 있다. 자동차 기어, 컴퓨터 마우스, 가위, 카메라 같은 도구 사용의 불편함이다. 더 불편한 것은 잘못된 편견과 인식이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이나 천재 같이 뛰어난 사람들 중에는 왼손잡이 비율이 훨씬 높다. 빌 게이츠, 오바마, 베토벤, 뉴턴, 나폴레옹 등 헤아릴 수 없다.

▶오늘(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생소한 날이다. 왼손잡이의 고충을 알리고 인권을 높이며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기 위해 1976년 정해진 날이다. 소수자의 편견에 맞선 평등선언이라 할 수 있다. 남들과 같지 않다는 것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좌든 우든 모두가 함께하는 평등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